





이번 주일에 울림학교 선생님들 그리고 아이들과 영화 '다윗'을 보고 왔습니다. 생각보다 성경의 내용을 잘 고증해서 반가웠습니다. 최근에 만들어진 성경 영화들을 보면, 작가의 상상력이 지나치게 개입해 성경의 내용과 전체적인 맥락과 하나님 중심 내러티브를 깨뜨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윗은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된 부분이 있어도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며 동의가 되는 부분이 있었고, 성경의 전체적인 맥락에서도 벗어나지 않고, 하나님 중심 내러티브를 벗어나지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볼 만하게 잘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성경을 고증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영화를 잘 만드는 것입니다. 아무리 성경의 내용을 잘 고증해도, 영화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면 사람들이 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봐도 손색이 없을 만큼 영화는 잘 만들었습니다. 흥행을 위해 하나님을 드러내는 것을 감추지도 않으면서도 재미있게 잘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다윗이 블레셋 땅에 도망갔을 때입니다. 성경에는 다윗이 두 번 블레셋으로 도망간 사건을 기록합니다(삼상 21:10-15, 27:1-7). 21장에서는 홀로 도망갔고, 27장에서는 600명의 부하와 가족들을 데리고 도망갔습니다. 영화 속의 장면을 보면 두 번째 도망을 기록한 것 같습니다. 첫 번째 도망에서 다윗은 두려워 미친 척을 했고, 두 번째 도망에서는 가드 왕 아기스와 함께 시글락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다윗의 선택은 난감한 상황을 초래합니다. 아기스의 총애를 받은 나머지, 사울과의 전쟁에서 블레셋 군대로 참전하게 된 것입니다. 다윗은 거절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백성들과 싸워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십니다. 블레셋의 지도자들이 다윗을 알아본 것입니다. 그들은 다윗이 블레셋에 대항해 싸웠던 자라며, 그가 전장에서 도리어 자신들의 적이 될까 우려를 표했습니다. 아기스는 끝까지 다윗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결국 지도자들의 원성에 못 이겨 시글락으로 돌아갑니다.
영화가 아쉬웠던 것은 다윗이 아기스 왕과 조우하는 장면을 없애고, 시글락에 임의로 머무른 것처럼 묘사한 것입니다. 영화에서 시글락 땅은 버려진 성으로 나오고, 아기스 왕이 아말락 군대를 두려워해서 일부러 버린 것으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다윗이 블레셋 군대로 위장해 전쟁에 참전하는 장면도 묘사하는데, 이는 처음부터 이스라엘을 도울 목적으로 몰래 참가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창작자의 의도는 알겠습니다. 이 내용들을 묘사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다소 난해할 수도 있고, 짧은 영화 속에서 긴 내러티브를 다루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려가 됩니다. 그것은 바로 성경이 위인전으로 읽힐 우려입니다. 성경은 위인전이 아닙니다. 위대한 다윗도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도 모두 약점을 보였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 예수님을 뺀 모든 인물은 약점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은 복음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이들에게 "믿음의 사람은 치명적인 약점이 없어"라는 말보다 "믿음의 사람도 치명적인 실수를 했지만, 결국 하나님은 끝까지 은혜를 베푸셨어"가 복음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다윗은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였습니다. 대단한 칭호입니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범죄들을 보면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윗이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였던 이유는 무엇일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다윗의 민첩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윗은 사울보다도 더 큰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울과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말씀 앞에서 즉시 돌이키는 태도였습니다. 사울은 사무엘을 통해 경고하실 때 즉각 돌이키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을 위한 것이라며 중심을 속였습니다. 두 번째 경고 앞에서도 그는 회개하는 척했지만, 백성들의 시선을 더 신경 썼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죄를 범한 다윗은 나단 선지자를 통한 하나님의 말씀 앞에 즉각 돌이켰습니다.
저는 "믿음의 사람은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는 말이 동의가 됩니다. 저는 현재 전도사로 교회를 섬기고, 또 곧 강도사가 되고, 목사가 될 것이지만, 여전히 제게는 치명적인 모습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 도망치고 싶고 소명이 흔들립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하나님께서는 저를 일으키십니다. 여전히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이 넘어지지만 무너지진 않게 합니다. 그래서 죄 앞에 솔직할 수 있습니다. 죄를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를 죄에서 돌이키게 하는 건 죄책감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봐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적극 권장합니다. 함께 간 아이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보고 왔습니다. 저를 포함한 같이 간 어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다윗이 골리앗과 싸우기 전에 신앙을 고백하는 장면은 진한 감동도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