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탄핵 그리고 대선. 180여 일의 시간이 흘러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지나온 6개월 간의 시간들을 곱씹어 볼 때, 새로운 대통령이 세워졌다는 사실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함께 지나온 시간들은 정말 만만치 않았습니다. 서로가 지지하는 정치적 입장이 이렇게까지 서로를 미워할 수 있다는 것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고, 이–서로를 미워하는–중심부에 한국교회가 있었다는 사실에 씁쓸하기도 합니다.
저는 누가 대통령이 되었는가? 보다 더 중요한 건, 대통령이 선출된 그 이후, 우리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내가 바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낙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사람은 내가 바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기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양가 감정 모두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사람이라면 내가 지지하는 편이 지지 받을 때 기뻐하고, 그렇지 못할 때는 슬퍼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슬픔에 갇히거나, 그 기쁨에 갇히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먼저 슬픔에 갇힐 경우 그 슬픔은 우리로 하여금 분노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선출된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절대로 신자로서 옳은 태도가 아닙니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하나님의 선이 망가지거나 옳지 못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하나님보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을 더 크게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동시에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선출되었다고 해서 기쁨에 갇힐 이유도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쁨은 ‘우월감’입니다. “역시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됐어, 나는 너희보다 옳아”라는 그 마음이 만들어낸 기쁨이라면 이는 절대로 옳은 기쁨이 아닙니다. 또는 그 후보가 우리나라를 더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기쁜 것이라면 이 역시도 그 후보에 대한 과도한 기대이기 때문에 잘못된 기쁨입니다. 이러한 기대는 분명 맹목적인 기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커먼그라운드교회 여러분, 저는 누가 대통령이 되었는가보다, 대선 이후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우리의 삶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확신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누가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손해를 입고, 또 누가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더 큰 유익을 얻는 차원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그 한 사람보다 훨씬 크신 분이십니다. 우리는 이를 성경을 통해 확신합니다.
거두절미하고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습니다. 이보다 더 최악인 상황이 있을까요?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 최악을 통해 부활이라는, 이 세상이 만들어낼 수 없는 최선을 이루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은, 누가 더 잘했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은 것이 아니며, 누가 더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도 아닙니다. 우리가 아무리 잘해보려 해도, 피할 수 없는 한계와 부족함이 우리의 손해나 유익을 결정짓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우리는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우리의 기대가 우리 자신이 아닌 하나님께 있어야 함을 배웁니다.
그러므로 대선 이후를 맞이한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의 태도를 점검하십시다. 슬픔에 갇힐 이유도 없으며 우월감에 물든 기쁨에 갇힐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는 사람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께 우리의 소망을 두며 신앙의 길을 걷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예수님께 소망을 두는 사람을 통해 자신의 뜻을 이루실 것입니다. 부디 우리 커먼그라운드교회가 예수님께 소망을 두며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감당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다.